김슬아 대표, [#그녀의_창업을_응원해] <1> 유엔서 일하고 싶었던 소녀, '한국의 홀푸드' 꿈꾸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골드만삭스, 맥킨지 근무하며 조직관리 노하우 파악
식료품 새벽 집 앞 배송 서비스로 10개월만에 월 20억 매출
친환경 식품에서 화장품, 욕실제품 등 리빙 영역으로 확대
예비 창업가에겐 "자신의 주장을 정확히 전달하라" 조언도
만 2년도 채 되지 않아 회사가 갑자기 성장하면서 김 대표는 슬슬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스타트업을 창업해서 온전한 사업체로 끌고 가는 것도 쉽지 않는데, 혹여 잘못됐을 때 감내해야 할 책임의 범위가 회사를 넘어선다는 데서 오는 압박감이다. 더 나아가 마켓컬리의 철학에 동참한 수많은 농가와 파트너 업체들의 선택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기 위해선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야 한다는 미션도 안고 있다.
그래서 김 대표는 미국의 대표적인 유기농 마켓체인 홀푸드(WholeFoods)의 비즈니스 모델을 지향한다. 1980년 설립된 홀푸드는 인공 보존제나 인공 색소 등 유해 첨가물을 넣지 않은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는 미국의 슈퍼마켓 체인이다.
“유기농이나 무농약 개념이 없었던 36년 전 텍사스에서 시작한 홀푸드는 농가와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어요. 미국의 에코 시스템이 홀푸드의 성장과 궤적을 같이 한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미국에서는 20년 넘는 세월이 지나 먹거리의 에코 시스템이 정착됐지만 소비자 피드백이 그 어느 나라보다 빠른 우리나라에서는 5년 정도 걸리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한국의 홀푸드’로 우뚝 서기 위한 마켓컬리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은 무엇일까. 그는 ▲소비자에게 좋은 음식 ▲소비자의 가치 있는 삶 ▲고객 경험에서의 최고점 제공 ▲생산자가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안정적인 유통 시스템 등을 꼽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현재 식자재 중심의 먹거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샴푸나 비누, 로션, 수건, 침구 등 리빙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이 가치 있는 소비를 하고 싶을 때 마켓컬리를 찾게 하고 싶어요. ‘마켓컬리’라는 이름만으로도 믿고 선택하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한 유통’을 정착시켜서 소비자에게 이로는 것은 물론 생산자 분들도 행복하고, 풍족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고자 합니다.”
34살이란 나이에 3번의 이직을 거쳐 창업을 이뤄낸 그에게 후배 여성 기업인 혹은 창업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제 또래인 30대 중반 여성은 선배 세대인 40대 여성보다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 같아요. 육아나 자녀 교육을 중시한 선배 세대는 직업이 자아 실현의 핵심 수단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란 특성이 강했다면, 저희 세대는 ‘어떻게’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요. 내가 몸담고 있는 곳에서 어떻게 나를 실현할 것인가, 나의 흥미를 끌어올리기 위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방점을 찍은 거죠. ‘어떻게’를 고민하다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다면, 우선은 좋은 파트너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요. 인생의 파트너든, 사업적 파트너든 제 역량의 절반 이상은 파트너에 의해 결정되는 법이거든요. 여성들이 남성보다는 자기 주장을 덜 펼치는 경향이 있는데, 치열한 토론의 과정을 거쳐야 정답에 가까운 솔루션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고, 요구하고, 내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원칙에 대해서는 끈질지게 설득해 관철시켜야 합니다. 또 하나는 창업을 실행하기 전에 충분한 직장 생활을 경험하십시오. 저는 제 직장 생활이 창업을 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고 생각해요. 창업에 필요한 조직적 스킬은 물론 적당한 인맥도 직장 생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