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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깁니다.] 변호사의 중소한 팁. 진술의 일관성을 확보하는 10가지 방법. #3

인사이트 작성일 : 05-27 16:43:59 조회수 : 847

안녕하세요. 


오늘, 그러니까 수요일은 휴가라는 사실에 고무되어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다가

아 인간적으로 너무 하기싫다. 내일 마저 해야겠다. 라고 생각하자마자

쓰기로 했던 글이 떠올라버린 

로스쿨 출신 변호사 1人입니다.


마음속으로 좋아요와 알람설정 해주신 여러분

복받으실거예요.

여러분의 추천과 리플은 여전히 글 작성의 유일한 원동력입니다.


지난번 글들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1. 침묵하자. 아 좀 제발. (말을 줄여봅시다.)

#2. 사실을 이야기하자. 평소보다 훨씬 더 신경써서

#3. 뉘앙스와 구체적 표현에 주의하자 (진술조서를 꼼꼼하게 읽고 수정하고 기억합시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4958486CLIEN


#4. 조사는 준비해서 임한다. (시간순서에 따라 사실관계를 꼼꼼하게 정리하고, 암기합시다.)

#5. 딱 기억하자. 전가의 보도 ‘모르겠습니다.’

#6. 언제나 말보다 글이 더 조리있고 일관성이 있다.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4974708CLIEN


조금이나마 읽으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 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떠오른건

사실 이 글이 아무 도움이 안되는 삶을 사시는게 최고라는겁니다.

제 글따위 그냥 교양으로 읽게 되시길 기원합니다. 



직업적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100%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며

개개 사건에 따라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절대로 100% 통용되는 이야기로

이해하셔서는 안되며, 가벼운 가이드라인 내지는 참고자료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7. 자신감은 개나 줘버리자.


사람에게 있어 자신감은 중요합니다.

필요한 순간에 가지는 긍정적인 자신감은 때때로 우리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기대한것보다 훨씬 더 좋은 성과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죠.


그런데 형사사건에서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자신감은 잠시 고이 접어 서랍속에 넣어둡시다. 

조사를 받는 몇시간 동안만 자신감 같은건 내 인생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감정으로 생각합시다.


왜 그래야 할까요.


여러분의 자신감은 때때로 이상한 짓을 해버립니다.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확신에 찬 대답'을 해버려요.

특히나 한국사람들 특성상 자꾸 목소리가 커집니다. 시끄러워요


어? 확실한걸 확신에 차서 대답하면 좋은거 아닌가요? 라고 질문하는 당신!

네 맞습니다. 

'100% 순도로 명확하게 확실한 사실'이 있다면 그건 확신에 차서 대답해도 '됩니다.'

자, 정확하게 보세요. 저는 '해도 됩니다.' 라고 표현했습니다. '해야 합니다.'가 아니라요. 

그말은 안해도 관계없다는겁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확신에 찬 대답'이 주는 메리트라는건 전혀 없습니다.


만약, 내 답변이 100% 순도로 사실과 부합할 경우, 

내가 확신에 찬 대답을 하지 않아도 내 답변은 진실이고, 진실로 인정이 될 겁니다.

확신에 차서 말했다고 해서 딱히 내 답변에 더 높은 점수가 부여되거나 

혹은 다른 잘못된 답변 하나를 메꿔주거나 하는게 아닙니다.

그러니 손해볼 건 없지만, 딱히 득볼것도 없다는거죠. 


그런데, 만약 내 답변이 혹시나어쩌면만약에

사실과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있어버린다면?

그런데 그걸 막 확신에 차서 기세등등하게 질러버렸다면?

... 네 망하는거죠. 

사실이 아닌걸 확신에 차서 말하는 '믿을 수 없는 진술자'가 되어버리는겁니다.


정리하자면, 

내 발언이 사실일때는 딱히 추가적인 메리트가 없고, 

내 발언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때는 '허위진술을 강조'하는게 되어버립니다. 


즉, 수사기관의 조사 과정에서 '자신감'이라는건 

단언하는데, 1g의 가치도 없다는 결과가 도출됩니다. 

그러니 조금 극단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모든 답변 앞에 

"정확하지는 않은데요" 또는 "제 생각에는", "제 기억에는" 같은 말들을 붙여도 됩니다.

좀 많이 극단적이긴 하네요...


여튼. 


자신감은 다른 영역에서 발휘하고, 

조사 과정에서는 잠시 접어둡시다. 

그걸 발휘할 적절한 때가 분명히 있을겁니다. 여기서는 아닙니다.





#8. 놀면 뭐하니, 메모하라.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습니다.

질문이 계속 들어옵니다.

답변을 하죠. 


답변은 입으로 합니다.

생각은 머리로 합니다.

그럼 놀고있는 아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손이죠.


놀면 뭐하겠습니까. 메모합시다.


수사기관에서는 경우에 따라 비슷한 뉘앙스의 질문을

반복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것도 연속해서가 아니라 중간에 텀을 꽤 두고 말이죠.

물론 디테일은 다를수도 있고, 혹은 꽤 중요한 내용이라서 그럴수도 있습니다만

그 외에도 답변이 반복해서 동일하게 나오는지를

체크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생각하셔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말입니다.


이게 조사가 10분 20분 진행되는게 아니라

몇시간씩 지속되다 보면

초반에 내가 한 대답이 기억이 잘 안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애매한 사실에 대해서 말이죠.

심지어 내가 했던 답변인지 아닌지조차 기억이 안날수도 있습니다.


그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 

미리미리 질문과 답변을 간단하게라도 메모해둡시다.

(심지어 그 행위 자체가 때때로 수사기관을 긴장하게 만듭니다.)

전체 질문과 답변을 싹 다 적는거야 불가능하겠지만

간단한 흐름 정도는 충분히 메모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걸  보면서 답변하시면 됩니다. 

심지어 조사는 한차례로 마무리가 되지 않을수도 있으니

오늘 한 메모는 다른날에도 유용하게 쓰일수도 있습니다.


어? 그런데 조사받을때 메모를 해도 되나요?


네 됩니다. 그거 아무도 못막아요. 


심지어 대한변호사협회에서는 '자기변호노트'라는 일종의 메모 양식을 만들어서

배포까지 했습니다. 네이버에 검색만 해도 금방 찾으실 수 있고

출력해서 사용하시면 됩니다. 


바쁘고 정신없겠지만, 그 와중에 놀고있는 손에게

귀한 일 한번 시켜줍시다. 메모하세요. 두번하세요.




#9. 가능한 한 미리 간접증거들을 검토해 두자.



아 개인적으로 참 싫은 중간제목을 썼습니다.

딱 보면 뭔소린지 알 수 있고, 가능하면 딱딱하지 않은 용어를 선호하는 편인데

'간접증거'는 깔끔하게 대체할 용어가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오랜 변호사 생활이 제 언어적 융통성과 다양성을 많이 해치고 있는 모양입니다.


아무튼, 

간접증거라는건 대충 여러분이 생각하시고, 머리에서 떠올리시는

그게 맞습니다.

맞을겁니다 아마


사실관계나 사건을 직접적으로 증명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나마 무언가를 증명할 수 있는 증거를 말합니다.

정황사실을 증명하는 증거라고 볼 수 있죠. 


간접증거라는건 사건마다 천차만별이라

구체적으로 무엇이다. 라고 말하기가 참 애매하지만

핸드폰 통화내역이라던가, 카드 사용내역 등등 참 다양한 것들이

간접증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간접증거라는것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진술은 바뀔 수 있지만, 간접증거는 바뀔 수 없다는겁니다.

카드 사용내역이 며칠뒤 갑자기 바뀔리 없고, 

통화내역이 바뀔리 없지요. 


그러니 일단 가능한 내 사건과 관련된 간접증거라고 생각될만한 것들을

사전에 미리 싹 다 검토해둡시다.

이거 당연히 누구나 하는 일일것 같지만, 실제로 이걸 검토하시는 분들

극소수... 도 안됩니다. 거의 없어요.


이걸 미리 검토해두면 무슨 도움이 될까요.


간단합니다.

내 진술이 그만큼 사실에 부합하게 됩니다.


잊지 말아야 합니다.

기억은 늘 불완전하고 기억은 늘 우리를 속입니다.

정말 너무나도 명확하게 기억났던 사실들인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틀린 기억이었던 사례

얼마든지 있을겁니다.


예전 투표장에서 투표용지가 달랐다. 라는 논란이 있었죠.

실제로 그때 내가 내눈으로 투표용지 다른거 봤다. 

똑똑히 기억한다. 하시는 분들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인간의 기억이라는게 그렇게 믿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 기억에 의존하지 말고, 

사전에 간접증거들을 검토해서, 그와 모순되지 않은 진술을 하시면

진술이 사실에 부합할 가능성이 대폭 상승합니다.


그러니 부디 가능한 사전에 간접증거를 검토해둡시다.


어? 그럼 직접증거를 검토해야 하는거 아닙니까?

라고 질문하는 당신.

직접증거가 있으면 딱히 진술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증거가 있는데 뭐 어쩔거예요...




#10. 팩트와 판단을 구분하라. 니 생각은 집에가서 말해도 된다. 



앞서 했던 이야기들과 약간은 유사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그렇지만 단독으로 하나 빼서 정리하는 이유는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이걸 못해서 그렇습니다.


진짜로.

정말로.

아 레알이에요.


수사기관에서 하는 질문들 중에서는

여러분에게 있었던 사실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지만

여러분의 의견이나 생각을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자, 수사기관에서 사실을 물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의 생각을 말하면 될까요 안될까요.

네. 안됩니다.

특히 생각을 사실인것처럼 말하면 더더욱 안됩니다.


즉, 여러분이 '판단'한걸 말할 필요가 없다는겁니다.

앞에서는 '내 생각에는...' 이라고 말하라면서요!!?

아니 그건, 겸손한 느낌으로 이야기라하는거지 진짜로 생각을 말하라는건 아니에요...

두개의 차이를 기억해 주세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판단'을 '팩트'처럼 이야기합니다.

"내가 전후사정을 살펴보니 이런 일이 있었을 것 같다"

라는 판단을 머리에서 혼자서 알아서 샥샥 한 후에

그걸 싹 생략하고 "이런 일이 있었다" 라고 말해버리는겁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종종 많이 벌어지는 게

네. 놀랍게도 그런일이 없었다는 사실.


그럼 한순간에 여러분은 거짓말쟁이가 되는겁니다.


사람이라는게 워낙 지혜롭고 현명한 존재이다보니

사실과 사실을 조합해서 다른 사실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여러분도 그 능력이 있습니다. 누구나 있어요.

그리고 그 능력을 종종 사용합니다. 평상시에 말이죠. 


그런데 그러다보니 이게 내가 조합한 사실인지 눈으로 본 사실인지를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러면 안된다는겁니다.


그러니 수사기관에서 진술할 때에는 부디 팩트와 판단을 

매우 날카롭게 구분해서 진술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평소보다도 더 늦은 (이른?) 시간에 쓰는 글이다 보니

내용이 좀 부실할 수 있습니다. 

양해 부탁드리며, 매서운 추천과 날카로운 좋아요로 

강하게 질책해주시면 다음번에는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직업적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만,

너무나 당연하게도 100%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며

개개 사건에 따라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글을 절대로 100% 통용되는 이야기로

이해하셔서는 안되며, 가벼운 가이드라인 내지는 참고자료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출처: https://www.clien.net/service/board/park/150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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